전기모기향 냄새가 좋다.
사랑하는 퀸시존스를 듣고 있다.
연휴 낀 주말이라 일을 싸들고 왔는데 하나도 안 했다.
오전에 마신 술이 깰 무렵 맥주를 더 마시고,
이제야 완전히 맨정신이 되었다.
몹시 허무하다.
좋아하는 것들을 떠올려 보지만 갑자기 귀가 간지럽다.
누가 내 욕을 하는 모양이다.
지지난주부터 남을 위해 쓰이기만 한 기분이다.
숨고 싶다. 멀리 가고 싶다.
지금 내 방이 세계의 전부였으면 좋겠다.
어젯밤 후라이드 치킨 한 마리를 엄마랑 반씩 나눠 먹고
어딘가 허전한 기분에 육개장 사발면을 먹고
맥주 3캔을 마시고 잤다.
오늘 점심엔 콩나물국밥을 먹고
어딘가 허전한 기분에 땅콩크림샌드를 먹고
같이 사 온 바나나우유랑 스윙칩 한 봉지를 다 먹었다.
실제로 배가 고픈 게 아니라 말 그대로 '허전한 기분' 때문이다.
마침 왼쪽 어금니 신경치료가 끝나 양쪽으로 씹으니 뭐든 더 맛있다.
이런 식으로 일주일만 지나면 2키로는 쪄 있겠지.
내일부터라도 폭식하지 말고, 술도 조금만 마시고
일주일에 네 번씩은 꼭 챙겨서 운동해야겠다.
그런 식으로 일주일만 지나면 몸무게 현상유지는 할 수 있겠지.
팀을 옮기고 만든 두 번째 책을 어제 인쇄했다.
스트레스야 마감 때마다 늘 받는 거지만, 이번엔 좀 힘들었다.
차라리 눈에 띄는 실수를 했다면 나았을 텐데
'그냥 일을 못하는 편집자'처럼 보일 만한 상황이 자꾸만 이어졌다.
나중에는 '아 난 원래 일을 못하는구나' 인정하게 되었다.
남 탓을 안 하는 대신, 몹시 위축되어 주변에서 하는 말들이 다 비난처럼 들렸다.
그런데도 괜찮은 척, 모자란 척, 한참 모르는 척, 웃음으로 넘어가려는 내가 부끄러웠다.
이제부터는 남과 의견이 부딪치는 걸 겁내지 말고, 내 생각을 분명하게 말해 버릇해야겠다.
안다고 생각하는 것도 물어보고, 내가 혹시 놓치는 게 있는지도 물어보고.
무엇보다 공부를 해야 한다. 공부를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