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

2015. 3. 23. 08:00 ** 일기

 

일은 잔뜩 밀렸는데 집중이 통 안된다.
하루종일 멍하고 피곤하다.
2주 전쯤 사람을 물었던 회사 개가 결국 팔려 갔다.
마음이 뻥 뚫린 것 같다.
내가 나서서 뭔가를 했어야 하나 뒤늦게 후회가 된다.
죄책감과 공허함과 안타까움과 그리움이 뒤섞인 복잡한 마음이다.
사람이 가장 나쁘다.
안경을 새로 했다. 도수를 아주 살짝 높였다.
병원에서 안경을 바꿔도 교정 시력이 크게 좋아지지 않을 거라고 했는데
정말 그렇다. 가까이 있는 것들이 전보다 조금 더 또렷해 보일 뿐이다.
이대로 눈이 계속 나빠질 거라고 생각하면 끔찍하다.
지난 주에는 운전하다 눈이 너무 부셔서 울었다.
집에 가면 아침 저녁으로 똘이를 돌봐야 하고
무릎이 아픈 엄마의 푸념을 들어주어야 한다.
병원에서 관절경 수술을 해야 할지도 모른다는 말을 듣고
엄마의 우울함이 극에 달한 건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내 눈처럼 '할 수 있는 게 없는' 상황도 아닌데
나한테 계속 이야기하는 엄마를 보고 있으면
뭐라고 설명하기 어려운 감정이 치밀어 오른다.
그건 짜증이나 화나 서운함과는 다르다.
오히려 순수한 절망에 가깝다.  
병원에 다녀온 뒤로 내가 가장 많이 생각한 단어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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