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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 2014.02.13 prostitute 1
  7. 2014.02.11 멍멍이 2

시간

2014. 4. 10. 20:00 ** 일기

 

안성에 점심때쯤 도착했는데, 뵙기로 한 동네 할머니가 장에 가고 안 계셨다.
오후 다섯 시나 되어야 오신다기에

할머니를 소개시켜 주기로 한 판화가의 작업실에서 기다리기로 했다. 
그날 처음 만나 실례인 건 알지만 달리 갈 데가 없었다.
집을 겸한 작업실은 야트막한 산과 맞닿아 있었다. 
작업실 분위기를 뭐라고 표현해야 할지 잘 모르겠다.
평화롭기도 하고 무섭기도 하고, 어쩐지 압도 당하는 느낌이었다.
함부로 기웃거리거나 작품에 대해 말을 꺼내면 안될 것 같았다.


할머니가 오실 때까지 네 시간이나 남았다.
판화가는 몹시 불편한 표정으로 나에게 라면을 먹겠느냐고 물었다.
거절해야 한다고 생각하면서도 배가 고파서 그럴 수가 없었다.
냄비채 내 준 라면을 국물까지 다 먹었다.
내가 설거지를 하겠다고 하자, 설거지는 원래 안 한다면서 냄비를 치워 버렸다.

그러고는 믹스커피를 타 주었다.
판화가는 여전히 불편한 표정이었다. 
그런데 나는 이상하게도 그 상황이 점점 편해졌다.


마당에는 크고 순한 개 두 마리가 있었다. 한 마리는 열다섯 살, 또 한 마리는 일곱 살.
까만 고양이도 있었다. 나한테 곁을 주지는 않았지만 많이 경계하지도 않았다.
내가 개를 쓰다듬는 걸 본 판화가가 냉장고에서 분홍 소세지를 꺼내 주었다.
조금씩 뜯어서 주면 된다고 했다.
라면을 먹고, 커피를 마시고, 개한테 소세지를 먹였어도 시간은 아직 한참 남았다. 
나 때문에 판화가가 아무것도 못하고 있는 것 같아 혼자 동네 구경을 하고 오겠다고 했다.
그러자 나를 보고 팔을 위아래로 휘저었는데, 그 모습이 그러라는 건지 말라는 건지 애매했다.
"네? 가라고요? 가지 말라고요?"


판화가는 기다리라고 하더니 개 목줄을 챙겼다.
그리고 의자에서 몸을 말고 있는 고양이를 깨웠다.
나는 늙은 개의 목줄을 잡고, 판화가는 나머지 한 마리를 데리고 나섰다.
고양이는 십 미터쯤 뒤에서 조심조심 따라왔다.
갑자기 사라지기도 했는데, 판화가가 휘이 휘파람을 불면 어디선가 달려왔다.
산에는 아무도 없는 것 같았다.
나무들도 아직은 잎을 다 틔우지 않았다.
판화가와 개 두 마리와 고양이와 함께 모르는 산길을 걷는다. 
이런 순간이 올 거라고는 생각도 못했다.


내려오는 길에 활짝 핀 산벚나무를 보았다.
판화가가 말했다.
"이상하다. 이 산에 벚나무는 이거 하나밖에 없는 거 같은데. 안 그래요?"
듣고 보니 정말 그랬다. 
산을 통틀어 한 그루밖에 없는 벚나무라.
사진을 찍고 싶었지만 카메라를 작업실에 놓고 나왔다.
아니다. 나는 벚나무를 찍고 싶은 게 아니었다.
할 수만 있다면 그 시간 전부를 옮겨 놓고 싶었다.

 

다음날도, 그 다음날도, 또 그 다음날도.
나는 그날을 자꾸 자꾸 떠올린다.

 

 

 

 

 

:

하나 더

2014. 3. 31. 01:42 ** 일기

애인이 생기면 하고 싶은 게 하나 더 생겼다.
서울 야경을 실컷 보고 싶다.
태어나서 서울에 처음 와 본 사람처럼!




:

출장 보고

2014. 3. 29. 01:15 ** 일기

 

일 때문에 홍성에 다녀왔다.

그림책 시리즈 하나가 4월에 완간인데, 거기 맞춰서 광고를 준비하고 있다.

책 만들 때 취재했던 분들 사진을 찍어서 쭉 보여주는 구성.

제대로 하려면 사진가한테 발주를 해야겠지만, 시간도 없고 예산도 없어서 내가 찍게 되었다.

시리즈는 모두 20권. 만나야 할 사람은 최소 15명.

지금까지 만난 사람은 어부 아저씨, 우체부 언니, 오늘 다녀온 목장 가족까지 세 팀이다.

처음 만나는 사람 사진 찍는 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이번에 알았다.

그래도 사진을 찍고 돌아오는 길에는 마음이 따뜻해진다. 다들 좋은 분들이다.

 

 

읍내에 있는 생협 카페에서 혼자 잔치국수를 먹고(카페에서 국수라니 좀 어색하지만 무지 맛있었다) 

유기농 밀로 만들었다는 마들렌이랑 브라우니를 샀다. 이것도 맛있다.

 

목장 여기저기에 수선화가 피어 있었다.  

꽃을 보고 사진을 안 찍으면 꽃한테 실례하는 기분이 든달까. 꽃이 실망할까봐 찍게 된다.

 

유기재배한 풀을 먹는 건강한 젖소들. 당연히 항생제는 맞지 않는다.

축사가 워낙 깨끗해서 냄새도 거의 안 난다. 아 그러고 보니 젖소를 이렇게 가까이서 본 건 처음이다.

 

목장 할아버지의 손녀. 처음 책이 나왔을 때, 오빠 얘기만 있고 자기는 안 나온다고 펑펑 울었다고 한다. (귀여워)

가족들이 모이기 전에 사진을 좀 찍어도 되겠느냐고 묻자 기꺼이 모델이 되어 주었다.

 

할아버지가 목장에서 만든 요구르트를 한 박스 싸 주셨다. 자세한 요구르트 얘기는 여기 링크.

젖소들이 엄청 행복하고 평화로워 보이던데. 요구르트도 딱 그런 맛이다! 많이 사 먹어야지.

 

 

 

 

 

:

뜬금없지만

2014. 3. 26. 23:26 ** 일기

 

중남미문화원 가서 타코 먹은 사진.

상담은 벌써 8번이나 받았고, 회사는 정신 없이 바쁘다.

다음 주부터는 단편애니메이션 워크샵을 듣는다.

일주일에 2번씩이라 좀 부담스럽지만, 워낙 좋아하는 작가가 하는 거라 신청했다.

취재가 있어서 내일은 포천, 금요일엔 홍성에 간다.

토요일엔 윤쥬현 결혼식, 일요일엔 회사 텃밭.

다음 주 화요일엔 인천으로 취재, 수요일엔 안성, 금요일엔 아마도 금산.

4월 중순까지 엄청나게 돌아다닐 것 같다.

새로운 곳에 가서 새로운 사람들을 잔뜩 만난다. 신난다!

 

 

 

 

 

 

:

봄이다

2014. 3. 10. 20:28 ** 일기

 

점심 먹고 들어오는데 나뭇가지 끝들이 핑크핑크했다.
홍매화인가. 파주에서도 드디어 꽃 피울 준비를 시작하는 거야?
계절 따라 나도 조금씩 살아나고 있다.
오늘 아침에는 문득 좋아하는 것들에 대해 쓰고 싶어졌다.

 

좋아하는 숫자
대학교 1학년 때 도서관에서 우연히 점성학 책을 봤다.
거기에 생년월일로 본 내 인생의 숫자는 '8'이라고 나와 있었다. 
그냥 행운의 숫자였다면 시시했을 텐데, 인생의 숫자라니 진짜 운명이 담긴 기분.  
그때부터 8을 좋아하게 되었다.

 

좋아하는 알파벳 Q

Q는 당연히 퀸시 존스의 Q.

 

좋아하는 꽃
아주 어릴 때는 분꽃.
십대랑 이십대 때는 아카시아꽃.
요즘은 자귀나무꽃.
셋 다 어릴 때부터 좋아했는데
순서만 앞으로 갔다 뒤로 왔다 한다.

 

칠리
대학교 1학년 2학기 때인가. 영어회화 시간에 쓸 영어 이름이 필요했다.
딱히 생각나는 이름이 없어서, 내가 좋아하는 TLC 중에 한 명으로 하기로 했다.
TLC는 T-Boz, Left Eye, Chilli 세 명인데 티바즈랑 레프트아이는 이름으로 쓰기가 좀 그랬다.
그래서 남은 게 칠리. chilli는 매운 칠리니까 마지막 i를 y로 바꿨다.
chilly를 영영 사전에서 찾아보면 cold, but not extremely 라고 나온다.
멋진 뜻풀이다!

 

아, 이건

좋아하는 항목에 들어가는 건 아니지만
애인이 생기면 같이 하고 싶은 걸 생각해 봤다.
나만큼 장거리 운전을 좋아하는 남자를 만나서 실컷 돌아다니고 싶다.

술도 잘 마시고, 기꺼이 할아버지 할머니 말동무가 되어 드리고,

늙어 돌아갈 고향이 있는 남자면 더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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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stitute

2014. 2. 13. 20:00 ** 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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멍멍이

2014. 2. 11. 20:11 ** 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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